꿈꾸는 돼지 최지훈 조각전
전시정보
| 기 간 | 2026-03-17 ~ 2026-03-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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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 류 | 조각 |
| 장 소 | 12층 A관 |
| 작 가 | 최지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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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허무는 최지훈의 유쾌한 도전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미술사) 조각가 최지훈은 우리에게 친근한 동물인 돼지를 의인화해서 해학과 풍자를 더해주는 조형작업을 지속해 오고 있다. ‘복(福)’을 부르고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돼지는 한편으로 나태함과 게으름의 상징이 되기도 하지만, 작가에게는 사고의 경제를 허물고 무한한 변신을 확장해 가는 자유의 상징이며, 또 다른 자아의 은유로 상징화된다. 그의 작품 속 돼지는 단순히 유희적이고 소비적인 이미지에 머무는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의 조건과 구조적 한계를 자각 하며, 스스로 그 경계를 넘어 자기변주를 시도해 동시대적 조형언어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하늘을 날며 지구를 위협하는 악당과 대결하는 슈퍼맨의 형상에서부터 신체적 역동성을 통해 세계와 능동적으로 관계 맺는 영웅 이소룡의 변주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전유해 고정된 상징체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의미의 지평을 재구성한다. 이러한 조형성은 단순한 캐릭터의 변환이 아니라, 무기력과 나태한 사회적 현실을 극복하고 초인적 힘으로 가능성의 지평을 열어 가려는 작가의 강한 의지가 캐릭터 속에 담겨 있다. 이러한 표현양식은 최지훈이 자신의 조각세계를 일상의 삶이 내재하고 있는 이상과 모순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려는 태도에서 출발되고 있다. 일상을 단순히 찬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희극양식으로서 해학과 비판이 담긴 조각을 구현해 냄으로써 현대조각이 갖는 비판적 잠재력을 표출해 낸다. 최지훈의 근작들은 대중 문화적 감수성의 팝아트(Pop Art)와 사회비판적 시각의 리얼리즘(Realism)이 결합된 ‘팝 리얼리즘(Pop Realism)’이라는 신조어를 빌어 이해할 수 있다. 그의 조각은 대중 오브제의 확대를 꾀했던 올덴버그(Claes Oldenburg, 1929-2022)와 키치·소비문화의 대표작가 제프 쿤스(Jeffrey Lynn Koons, 1955- )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며, 극사실주의의 재현적 리얼리즘과도 다소 차이를 나타낸다. 일상적이고 친숙한 대상을 확대·전유함으로써 단순한 이미지 소비에 머무르지 않고, 동시대의 욕망과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조형적 시각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팝아트의 유희성과 대중적 감수성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리얼리즘이 지닌 현실 인식과 비판적 시각을 결합해 ‘팝 리얼리즘’이라는 조형적 지평을 형성해 가는 것이다. 돼지라는 친숙한 형상은 소비사회의 기호이자 욕망의 표상인 동시에 자기 초월을 모색하는 주체의 은유적 상징으로 작용한다. 이런 이유에서 그의 작업은 키치적 표면 아래에 사회적 긴장과 실존적 의지를 내포하며, 동시대 조각이 새롭게 나아갈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최지훈의 조각이 지닌 핵심 키워드는 ‘복(福)’과 ‘행운’ 못지않게 실패조차 성장으로 불릴 수 있는 ‘희망’이라고 말 할 수 있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무기력한 현실을 자신의 「Pig조각」과 함께 극복하려는 도약의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조각이 특별한 이유는 화려함이나 복잡함 보다는 오히려 단순하고 익숙한 형상의 소박함이 가져다주는 인간적 공감이 짙게 베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꿈꾸는 돼지〉는 매끈하게 연마된 합성수지(FRP) 표면 위로 빛을 받아 반짝이며, 주변 환경을 끌어안는다. 차갑고 단단한 합성수지는 역설적으로 생명감 있는 형상과 만나 따뜻한 울림을 자아낸다. 이는 물성과 의미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조형적 실험이자, 재료에 대한 선입견을 허무는 시도이기도 하다. 단단한 합성수지가 유연한 상상력을 품는 순간, 우리는 물질과 정신을 구분해온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돼지의 과장된 몸짓과 상향하는 시선을 ‘지금’에 머물지 않고 ‘희망의 지평’으로 향하려는 의지의 상징이 된다. 그의 그러한 태도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약하려는 작가의 진취적 의지의 표상이기도 하다. 결국 작가는 자신의 「Pig조각」을 통해 실패와 좌절, 욕망과 희망이 뒤섞인 우리의 자화상을 유머러스하게 드러내어 긍정의 에너지를 확장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 《사고의 경계를 허물다》는 하나의 조각을 감상하는 자리를 넘어,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에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선입견 속에서 사물을 규정해 왔는가? 돼지라는 상징에 덧씌워진 사회적 의미는 과연 절대적인가?” 라는 유쾌한 질문을 통해 고정된 가치판단을 유연하게 풀어내는 인식의 전환점을 찾고자 한다. 이제 조각은 더 이상 단순한 대상의 재현이 아닌, 관객의 사유를 움직이는 매개로 발전을 거듭해 가고 있다. 작품은 하나의 완결된 형상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관계의 장’이 된다. 그 안에서 우리는 타자와 세계,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 경계를 자발적으로 허물어 가는 것이다. 입체와 평면이 교차하는 사고의 전환 속에서 현대미술이 갖는 전유와 차용을 자신만의 평면회화로 구현해 낸다. 팝아티스트 앤디워홀(Andy Warhol, 1928-1987)은 〈마릴린 먼로〉나 〈캠벨 수프 캔〉을 반복 재현함으로써 “이미지는 감정이 아니라 소비되는 기호”임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조각가 최지훈은 이러한 팝아트의 강렬한 색채와 단순화, 이미지 반복을 차용해 자신의 대표 아이콘인 돼지를 단순한 동물 형상을 넘어 소비 사회적 아이콘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나아가 팝아트 형식으로 제작된 〈진주귀걸이를 한 Pig〉처럼 명화 패러디와 강렬한 색면대비를 통해 대중적 이미지의 재생산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궁극적으로 최지훈 작가는 자신의 견고하고 단단한 조각에 깃든 부드러운 상상력을 통해, 예술이 어떻게 사고의 틀을 깨고 확장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돼지가 하늘을 꿈꾸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익숙한 세계에 머무를 수 없다. 경계는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사유의 지평을 열어 나간다면 진취적인 작가의 미래 역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끝] |
| 작가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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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훈 |